오키나와(沖縄) – 일본의 남국 섬
처음 오키나와에 도착했을 때, “정말 일본이 맞아?”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공항을 나서는 순간부터 확실히 공기는 다르고, 풍경도 다르고, 사람들의 표정마저 부드럽게 느껴졌다. 기온은 따뜻했고,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으며, 바람은 소금기 섞인 듯 상쾌했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완전히 다른 리듬을 가진 남국의 섬이었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치유의 시작
여행 첫날 나는 가장 먼저 해변으로 향했다. 나하 시내에서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니라이카나이 다리(Nirai Kanai Bridge)를 지나,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멀리서도 파도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고, 바다는 잔잔하게 숨 쉬는 듯했다. 그 자리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를 밟았다. 햇살은 따갑지 않고, 포근하게 피부를 감싸는 느낌이었다.
오키나와의 바다는 ‘감탄’보다는 ‘위로’에 가깝다. 크게 웅장하거나 극적인 풍경은 아니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호흡하게 만드는 공간. 그게 이곳 오키나와 바다의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슈리성과 류큐의 흔적
해변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은 류큐 왕국의 흔적을 찾아 슈리성으로 향했다. 오키나와는 일본이지만, 과거에는 독립된 왕국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건축물은 일본 본토의 절이나 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슈리성은 현재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석축과 붉은 지붕은 여전히 위엄이 있었다.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오르며 당시 왕국의 위용과 문화를 상상해봤다. 전시관에서 본 의복과 토기, 그리고 오키나와 고유의 언어는 이곳이 단지 일본의 남쪽 섬이 아니라, 독자적인 문화와 역사를 가진 땅이라는 걸 실감하게 해줬다.
오키나와 사람들, 그리고 조용한 온기
오키나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람’이었다. 음식점이든 기념품 가게든, 어떤 장소든 현지인들의 표정과 말투에는 늘 여유가 묻어 있었다. 내가 일본어가 서툴러도 웃으며 천천히 설명해줬고, 길을 헤맬 때도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한 작은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던 날,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무뚝뚝한 인사 한마디일 거라 생각했는데,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내 여행 이야기를 듣고, 나중엔 직접 만든 과자를 건네주셨다.
그 순간 느낀 건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선 사람 간의 온기였다. 관광지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삶 자체가 그렇게 천천히 흐르고 따뜻하게 이어져 있는 듯했다.
오키나와의 식탁 – 특별한 재료, 특별한 맛
오키나와에 왔다면 음식도 빠질 수 없다. 이곳은 일본 내에서도 음식이 독특한 편인데, 대표적으로는 고야참푸루(여주 볶음), 소키소바(돼지갈비 국수), 라후테(돼지수육) 같은 요리가 있다.
첫날 해변 근처에서 먹은 소키소바는 일반 라멘과는 전혀 다른, 살짝 달달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 맛이 인상적이었다. 면도 더 두껍고, 돼지 갈비는 입에서 부드럽게 풀렸다. 가게 내부는 작고 소박했지만, 정성스러운 맛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오키나와 블루씰 아이스크림. 망고, 슈퍼멜론, 오키나와 소금맛 같은 이국적인 맛이 가득하다. 해가 질 무렵 해변을 걷다가, 블루씰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들고 먹었던 순간은 사진보다 더 오래 남는 기억으로 남았다.
천천히 걷고,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은 섬
사실 오키나와는 ‘볼거리’ 위주의 여행지가 아니다. 하나하나의 관광지를 열심히 돌아다니기보다는, 그저 풍경과 사람, 음식과 시간 자체를 느끼는 섬이다.
아무 계획 없이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고, 작은 마을에서 뜻밖의 풍경을 마주하고, 현지 마트에서 생소한 과일을 하나 사서 맛보고, 그렇게 흘러가는 하루가 더 만족스러웠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이번 여행은 진짜 제대로 쉬었어.” 그게 오키나와가 가진 가장 큰 힘이었다. 그냥 조용히, 조급함 없이 나를 쉬게 해주는 섬.
마무리하며 – 다음엔 더 천천히
오키나와는 한 번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었다. 계절에 따라 풍경이 다르고, 섬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가고 싶어지는 곳이다.
다음엔 더 오래 머물면서, 비치에 앉아 책도 읽고, 현지 시장에서 반찬을 사서 숙소에서 밥도 해 먹고, 현지인처럼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
여행이 끝났지만, 오키나와는 여전히 내 마음 한쪽에서 파도처럼 잔잔히 밀려오고 있다. 그게 진짜 남국의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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