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鹿児島) – 화산과 역사의 도시
1. 도시의 첫인상 – 남국의 공기, 살아 있는 화산
가고시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건 공기였습니다. 도쿄나 오사카와는 확연히 다른, 좀 더 습하고 뜨거운 공기.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멀리 바다 너머로는 연기를 내뿜는 화산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저게 바로 사쿠라지마구나.” 도시 어디서든 보이는 그 산은, 이 도시의 모든 중심이자 배경이었습니다.
2. 사쿠라지마 – 그저 화산이 아닌, 삶의 일부
배를 타고 15분 남짓. 사쿠라지마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고, 막상 도착하니 그 웅장함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죠.
가볍게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이 지역이 얼마나 화산과 함께 살아가는 곳인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용암이 굳어 형성된 지형, 화산재로 덮인 나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온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유노히라 전망대에 올랐을 땐, 거센 바람과 함께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였고, “이 풍경을 매일 보며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3. 시로야마 전망대 – 도시와 화산이 마주보는 장면
사쿠라지마에서 돌아와, 도시 중심에 있는 시로야마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해발 100미터가 채 안 되는 낮은 언덕이지만, 이곳에 서면 도시와 바다, 그리고 사쿠라지마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펼쳐져 있어요.
일몰 시간에 맞춰 올라간 저는 하늘이 점차 붉게 물들어가는 장면을 바라보며 그동안 쌓인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바빴지만, 한편으론 그 순간 자체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습니다.
4. 사이고 다카모리 – 도시의 기운을 만든 사람
가고시마는 단순한 자연 도시가 아니에요. 이곳은 일본 근대화의 물꼬를 튼, 사이고 다카모리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저는 시내 곳곳의 동상, 기념관, 유적지를 하나씩 둘러보며 그의 역할과 인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명분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마지막 사무라이였고, 그의 신념은 지금도 가고시마 사람들의 정신에 남아 있는 듯했어요. 특히 가고시마 역사자료관에서 본 사쓰마번의 행정 시스템과 지방 자치의 효시로서의 역할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5. 이부스키 – 모래찜질 온천에서의 특별한 경험
가고시마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이부스키. 시내에서 1시간 반 남짓, 남쪽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면 이색적인 온천 체험이 기다리고 있죠.
이부스키의 모래찜질은 일반 온천과는 완전히 달라요. 뜨거운 지열로 데워진 모래 위에 누워, 직원분들이 모래를 몸 전체에 덮어주는 방식인데요,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해서 10분 만에 땀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였습니다.
온천이 끝난 후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 시간이 여행 중 가장 조용하고 깊은 쉼이 되었어요.
6. 음식 – 흑돼지, 사쓰마아게, 고구마 소주
여행의 완성은 역시 음식이죠. 가고시마에서는 흑돼지를 꼭 드셔보시길 추천드려요. 샤브샤브나 돈카츠 형태로 자주 나오는데, 육질이 쫄깃하고 기름이 느끼하지 않아 입에 감기는 맛이 정말 훌륭합니다.
또 하나, 사쓰마아게라는 어묵 튀김도 간단하면서 맛있고, 편의점에서도 고급 사쓰마아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밤에는 고구마 소주 한 잔. 도수가 높지 않아 마시기 편하고, 현지 음식과 함께할 때 그 향이 더욱 도드라지더군요. 식당마다 추천 소주가 다르니, 직원분께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7. 교통과 여행 동선 – 알차면서 여유로운 하루
가고시마는 시덴(노면전차)과 버스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어서 초행자도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어요. 사쿠라지마는 페리로 쉽게 오갈 수 있고, 이부스키는 JR 특급열차로 연결됩니다.
도심은 생각보다 작고, 대부분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라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았습니다.
신칸센이 연결되어 있어 후쿠오카, 구마모토와 연계해 2~3일 코스로도 구성하기 좋고, 가고시마 공항을 통해 바로 입국하는 루트도 편리하죠.
8. 마무리 – ‘일본스럽지 않은’ 일본을 만난 곳
가고시마는 도쿄도, 교토도, 오사카도 아니었습니다. 그 어느 일본 도시와도 다른 공기, 풍경, 기운이 있었어요.
활화산 옆에 살면서도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사람들, 사무라이 정신이 남아 있는 거리, 자연과 도시, 역사와 현대가 충돌 없이 공존하는 곳.
여행 내내, 저는 “이곳은 어떤 나라보다도 일본을 잘 보여주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 날 밤, 시로야마 전망대에 다시 올라 사쿠라지마의 야경을 바라보며 이 도시를 마음 깊이 기억했습니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일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는 어디였어?”라고 묻는다면, 전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할 겁니다. “가고시마. 그곳은 나에게 일본이 진짜로 시작된 도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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