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横浜) – 근대와 바다가 만나는 감성 항구 도시

차이나타운
도쿄에서 전철로 단 30분. 하지만 요코하마에 발을 디딘 순간, 도시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나를 맞이했다. 푸른 바다와 근대 건축, 그리고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들이 공존하는 이곳은 단순한 '도쿄 근교' 그 이상의 매력을 지닌 도시였다.

조용히 산책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근대 일본의 흔적을 따라 걷는 하루. 요코하마는 내게 '일본을 천천히 음미하게 만드는 도시'였다.

1. 미나토미라이 – 요코하마의 얼굴

요코하마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이자, 현대와 바다가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미나토미라이(みなとみらい)다. 고층 빌딩과 대관람차, 그리고 쇼핑몰이 늘어선 이 지역은 도심 속의 항구라는 말이 어울리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는 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그 아래로는 코스모 월드라는 소형 놀이공원이 있는데, 바다 바로 옆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쇼핑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마린 앤 워크 요코하마와 붉은 벽돌 창고(아카렌가 소코)는 특히 감성적인 분위기로 커플 여행이나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2.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 일본 최대의 중화거리

도쿄 근교에서 이렇게 거대한 차이나타운(中華街)을 만날 줄은 몰랐다.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은 일본 최대 규모로, 100개가 넘는 중화요리 전문점과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화려한 입구인 젠린몬을 지나면, 사방에서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와 음악이 흘러나온다. 딤섬부터 마파두부, 펑요우빙, 중국식 찻집까지 한 바퀴 돌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다.

특히 먹거리 스탬프 투어 같은 소소한 이벤트를 따라가며 간식 하나하나를 체험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국적이면서도 정돈된 분위기 덕분에 중국 문화를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느껴졌다.

3. 야마시타 공원과 요코하마항 – 바다를 따라 걷는 여유

차이나타운에서 도보로 5분이면 야마시타 공원에 도착한다. 요코하마항을 따라 조성된 이 산책로는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강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길게 뻗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눈앞엔 세련된 유람선과 역사 깊은 히카와마루(氷川丸) 선박이 정박해 있다. 바다를 따라 걸으며 마음속도 차분히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 질 무렵 이곳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은 도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멀지 않지만, 확실히 '여행 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4. 요코하마 붉은 벽돌 창고 – 근대와 현대의 교차점

아카렌가 소코(赤レンガ倉庫), 즉 붉은 벽돌 창고는 근대 일본 해상무역의 역사적 유산을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만든 장소다.

카페, 수공예 상점, 전시 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낮에는 활기차고, 밤에는 조용한 조명이 분위기를 더한다.

제가 방문했을 땐 마침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는데, 지역 작가들이 만든 공예품과 베이커리, 차, 가죽 소품 등을 구경하며 '요코하마만의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5. 컵라면 박물관 – 소소하지만 즐거운 체험

요코하마에는 뜻밖의 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닛신 컵누들 박물관. 처음에는 그냥 스킵할까 했지만, 직접 컵라면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들어가봤다.

자신만의 컵 디자인을 하고, 원하는 국물과 건더기를 넣어 만드는 ‘나만의 컵라면’ 체험은 의외로 꽤 몰입도가 높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필수 방문 코스로 추천하고 싶고, 성인 여행자에게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 장소였다.

6. 요코하마의 분위기 – 도시와 휴식의 경계

요코하마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와 여유가 공존한다’는 점이었다. 도쿄보다 한 템포 느리고, 바다와 공원이 도심 속에 녹아 있어서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시티투어 버스나 수상택시 등 이동 수단도 다양하고, 시내 어디서든 바다와 건물이 함께 보이는 풍경 덕분에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도시였다.

7. 요코하마에서 하루 – 짧지만 밀도 있는 여정

하루만 머물렀지만, 요코하마는 다시 오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굳이 큰 계획 없이 와도, 한두 군데만 둘러봐도, 여행이 꽉 찬 듯한 만족을 주는 곳이니까.

근대적 감성, 이국적인 거리, 그리고 바다와 함께하는 여유까지. 요코하마는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지가 아니라, 천천히 곱씹을수록 더 맛이 나는 그런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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